본문 바로가기
일상

오랜만에 받은 비수면 위내시경 체험기

by 버밀리오 2020. 12. 6.
반응형

얼마전 몇년만에 비수면 위내시경을 받았습니다. 지난번에도 비수면으로 받고 이번에도 비수면으로 받았으니 세번째도 비수면일 확률이 높겠죠.


이번에 받은 경험을 적어둬서 세번째에 대비할까합니다. 뭐, 몇년 뒤에 받겠지만요.


위내시경은 우선 예약부터 시작합니다. 요즘은 코로나 시대다보니 예약 그거 금방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만 전혀 아니더군요.


예정이 뭐 그리 꽉꽉 차있는지... 어쨌든 예약을 해두면 D-day 전날 저녁이후는 금식, 금수입니다. 12시간동안은 물도 음식도 먹으면 안돼요.


음식은 그렇다쳐도 물도 못 마시는데 그걸 의식해서 그런지 몰라도 평소보다 물이 마시고 싶어지더라구요. 물론 안 마셨지만.


아, 양치질이나 입안을 헹구는건 됩니다. 마시지만 않으면 돼요. 

 

 

아무튼 그렇게 위를 비우고 나서 병원으로 가는 계단에 오릅니다.


그리고 병원에 들어가 대기하면서 동의서를 쓰는데 비수면이 수면보다 체크할게 적습니다. 그래봐야 한두개 차이지만요.


동의서를 쓰고 나면 혈압을 재는데 생각보다 혈압이 높게 나와서 놀랐습니다. 전고혈압이긴한데 이거 위만이 아니라 혈압도 좀 주의해야할 거 같아요.


혈압 뒤에는 주사를 맞습니다. 아니 위에 내시경 넣는데 웬 주사야?싶겠지만 맞아야한답니다. 그러니 팬티는 깨끗한 걸로 입고 가세요.


주사를 맞고난 뒤에는 조그만 컵에 물약을 마시는데 예전 기억에는 좀 마실만한 맛이었는데 이번엔 좀 아니더군요. 


주사 맞고 물약도 마셨겠다 이제 좀 기다리면 실전입니다. 내시경 하러 들어가면 입에 쓴 맛이 나는 칙칙이를 뿌려주고 손가락에는 맥박기를 입에는 내시경 마우스피스(구강 개구개)를 찹니다.


그리고 옆으로 누워 대기하고 있으면 의사선생님이 오셔서 대망의 내시경을 입에 집어넣으시죠. 


목구멍에 집어넣을 때가 고비인데 전에는 참 안들어가서 여러번 시도하느라 죽는 줄 알았는데 이번에는 그래도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비교적 쉽게 들어가서 살았습니다.


아니 그 뒤는 고통스럽긴 매한가지였나. 여하튼 간호사님은 옆에서 복식호흡으로 숨쉬라고, 힘빼라고 말을 하시는데 복식호흡이고 자시고 호흡 자체가 힘들었습니다.


제가 코막힘도 있어서 내시경 받기 전에 코도 풀고 했는데도 코로 숨쉬는 건 택도 없었고 입으로 어떻게든 숨을 쉬었는데 고통스러워서 빨리 좀 끝나라고 속으로 빌었습니다.


뱃속을 뱀이 기어가는 느낌에 시간은 느리게 가는 것같고 트림도 꺽꺽 나오는데 전에 받은 것보다 힘들더라구요.


어찌어찌 위장을 돌아보긴 돌아본 모양인데 빼지는 않으시고 뭐라뭐라 간호사님에게 설명해주면서 내시경을 통해 물이랑 약을 집어넣으시더군요.


곧바로 속이 시원한 느낌을 받아서 좋긴 했지만 전 숨 좀 편히 쉬게 빨리 빼주기를 바랐습니다. 뭐, 그러고 좀 있다가 빼셨지만요.


그렇게 고통스러운 시간이 지나고 뱃속을 휘젓던 뱀이 나오는 느낌과 함께 내시경이 빠지고 검사는 끝났습니다. 정말 살 것 같더군요.

 

반응형


그 다음은 결과가 나올때까지 대기. 이땐 검사받느라 겪었던 고통은 다 잊어버리고 검사결과가 어떻게 나올지에만 신경을 쓰게 됩니다.


제발 별일 없어라, 제발.


검사결과는 식도하부가 헐어서 피가 난 거 외에는 그냥 역류성 식도염이더군요.


휴... 가족력이 가족력이다보니 걱정했는데 참 다행입니다. 위내시경 사진에 피가 흥건한 게 보여서 좀 놀랐지만 그 정도라면 뭐...


그래도 조심하고 위를 관리해야하지만 걱정 하나 덜었습니다. 내시경 검사는 결과를 바로 볼 수 있어서 참 좋아요. 비수면은 되게 고통스럽지만.


검사를 받은 김에 의사선생님께 평소에 궁금했던 걸 물어봤습니다. 


제가 타는 냄새나 안 좋은 냄새를 맡으면 속이 울렁거리고 기분이 안좋아지는데 헛구역질을 하면서 트림을 꺼억 하고 하면 울렁거리던 속도 진정되고 기분도 나아지는데 가족들은 그거 몸에 안 좋다고 하지 말라더군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하는건데 자꾸 뭐라고 그래서 의사선생님께 이거 안 하는 게 좋냐고 물어봤더니 굳이 트림을 참을 필요는 없다고 하시더군요.


흐음... 그렇군요. 좋은 걸 들었어요. 이제 이거가지고 뭐라고 그러면 의사선생님이 굳이 참을 필요 없다고 하셨다고 해야겠습니다.


이번 위내시경도 여러가지 안심을 얻었네요. 돈도 내시경+처방전으로 28,900원, 약값 2,200원까지 합치면 31,100원으로 생각보다 안 나왔습니다.


이 정도 돈으로 안심을 얻으면 싼거죠. 다만...다만... 다음부터는 수면비용 신경 안 쓸 정도로 부유하게 되어서 수면내시경으로 고통없이 끝냈으면 좋겠습니다.


5만원이 껌이 되는 그날이 빨리 오게 만들어야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