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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사신이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 팩트 공격이 아픈 소설.

by 버밀리오 2016.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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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너무 못 써서 읽기 힘든 소설과 잘 써서 읽기 힘든 소설이 있습니다.

 

 

 

에다 유리의 소설, '여기서 사신이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드립니다.'은 후자의 경우입니다.

 

 

잘 써서, 눈에 확확 들어오게 잘 써서 읽기가 힘들어요.

 

 

? 주인공의 행동이나 생각이, 사신의 촌철살인적인 말들이 너무 뼈아프게 다가오니까.

 

 

주인공은 '나는 아직 전력을 다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중얼거리며 만화가가 되겠다는 꿈만 가진 채 구체적인 행동은 하나도 실천하지 않고, 부모의 경제력에 의존해 살아가는 서른 살의 은둔형 오타쿠 니트입니다.

 

하는 짓은 그저 망상뿐이고 그 망상이란 것도 저렇게까지 떨어지고 싶지는 않은데 싶은 정도의 것뿐.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거 계속 읽어서 내 마음에 데미지를 입혀야하나 싶을 정도입니다.

 

'반쪽 날개의 종이학과 허세 부리는 니체' (http://deltora31.tistory.com/6) 의 주인공의 변태짓을 생생하게 묘사한 장면을 읽은 후로 오랜만에 제대로 타격을 받네요.

 

거기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한번쯤 상상해봄직한 걸 망상해서 고통을 두 배로 주는 느낌입니다. 아이고...

 

 

아무튼 그런 망상전사인 폐품남 주인공은 어느 날 우연히 사신을 만나게 되어 사신이 하는 일을 돕게 됩니다.

 

죽은 것을 깨닫지 못한 인간을 설득해 죽음으로 돌려보내는 일을요.

 

당연히 그런 경우 사연이 없을 수가 없고 그 사연도 참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사연들이지만 그보다 더 가슴을 쿡쿡 찌르는 건 저 직업정신 투철한 사신의 혓바닥입니다.

 

그 입에서 나오는 촌철살인적인 진실들이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읽는 사람을 고통스럽게 합니다.

 

팩트 공격이라고 하던가요.

 

 

 

"... 마이 무웃따 아이가, 고마해라."라고 외치고 싶을 정도의 정문일침이었습니다.

 

아닌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참 괴로웠습니다.

 

주인공이나 주인공 파트너나 참 사람 괴롭게 하는군요.

 

그만큼 많이 생각하게 만들지만요.

 

 

인간과 초자연적인 존재가 함께 여러 사연과 접하면서 주인공이 성장한다는 점에서 카도노 에이코의 '라스트 런(http://deltora31.tistory.com/114)과 비슷하지만

 

'라스트 런'이 상처를 보듬어주어 치료해주는 느낌이라면 '여기서 사신이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드립니다.'는 썩은 살을 칼로 도려내어 치료하는 느낌입니다.

 

 

아파요.

 

그런 만큼 인상적이지만.

 

 

마지막 반전도 인상적이었는데 ', 이것이 가지 않은 길이구나.'싶은 결말이었습니다.

 

소개글을 읽고 예상했던 내용보다 더 무겁고 아픈 내용이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더 좋은 소설이었습니다.

 

가끔 읽으면서 제 삶을 반성하는데 딱 좋겠네요.

 

진정한 의미로 아프지 않게 읽을 수 있을 때까지요.

 

 

201691일에 두 번째 사신 이야기를 낸 모양인데 한국에는 언제 들어오려나요.

 

그것도 분명히 아프겠지만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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